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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동안 뼈빠지게 일했습지요 .의원이라는 생업이요 아무리 덧글 0 | 조회 1,246 | 2021-06-04 16:40:22
최동민  
예, 그 동안 뼈빠지게 일했습지요 .의원이라는 생업이요 아무리 그 의업에 정진하려는 간절한 소원이기로 서니 남의 집 산소를 파헤쳐가면서까지 인체의 비밀을 캐내려는 안광익이라는 사내의 불타는 듯한 눈빛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그러나 허준은 행복했다. 한 뿌리면 집 한 채. 또 한 뿌리가 제 식구 계량할 논밭쯤 너끈히 마련하고도 남을 진품 산삼 두 뿌리가 자기의 가슴에 있지 않은가.그 양예수의 말에,중 입에서라고 반드시 염불만 나오란 법 있느냐. 육두문자라도 들을 본새가 있거든 들어두어!오로지 생업의 수단으로 의원을 지망하여 유의태의 집에 머물기로 한 허준의 가슴속을 다잡아 유의태의 팔의론이 칼날처럼 섬뜩섬뜩 그어오고 있었다.갑자기 허준은 자기가 죽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이에 헝! 하고 도지가 코웃음부터 쳤다.김상기가 틀림없다는 건 직감이었다. 웃고 있던 청년이 다희의 쪽진 비녀를 향해 순식간에 핏기가 가신 것을 보아도 틀림이 없었다. .논어니 그런 어려운 책은 옛날에 아버지가 과거공부 하실 적에 보시던 거구 동몽선습은 어머님이 구해주신 제 책올시다.삼적 그 사람이 찾아와 더러 그대 얘길 나눌 때 술상머리 시중을 들다가 이름을 들었다는 말이겠지.어의니 내의원이니 시약청이니 더구나 상감마마니 중전마마니 듣도 보도 못한 어려운 말들을 허준은 의아한 눈으로 듣고 있었다.물론 그 요행수도 발급받을 때 둘러댄 거짓말이 드러나면 죽음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오만.심심턴 차 어쨌든 하루 소일거리는 된다 싶은데. 행색도 미심쩍고 혹 아오. 정말 세상의 눈을 피해다니는 자들이라면 어디 그 양반이라는 것들 잡아 꿇려놓고 큰소리 한번 내지르는 것도 재밌겠고 말요.물도 물 나름, 의원이 가리고 써야 하는 물의 가짓수는 서른세 가지가 있다. 그중 네가 아는 가짓수는 몇 가진고 .말 좀 묻네. 여기 유의원댁이 어딘가.하나 그 고생 누가 지원해서 할 수 있나. 이 땅에 자라는 수천 가지 초근목피를 일일이 새로 맛보고 병자에게 징후를 실험하고 그래서 설사 종래의 약방문이 잘못인 걸 알았다
그 남편이 서운하여 오씨가 무어라 패악을 부렸으나 잠시 밝혔던 유의태의 방안에선 다시 불이 꺼지고 말았다.검시를 하여 죄인의 죽음을 확인하면 그 가족들은 북청까지 압송되지 아니하여도 되오니까.미쳤느냐.집안일이 아니고 서방님 얘기올시다.왜 그 사람의 이름을 대지 않고 죄를 다 썼단 말이오?잠시만 앉아 보아.어따, 이자가 제법 말 높이하네! 유의원님이라니 황차 네가 무엇이기에 유의원 밑에 님자를 뽑아.?며느리 따라 달려온 손씨가 안타까이 중얼거렸다.6김민세에게 마주 합장하던 손씨가 그래도 무언가 미련이 되어, 그러나 부르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을 쫓아갔고 갑자기 얼어붙어 있는 허준에게 아내가 위로하듯이 말했다.남편의 말 속에 힘이 불어나는 것을 깨달은 다희가 몰래 안도의 숨을 쉬었다.허준은 떠는 아내를 보았다. 허나 허준은 동정하지 않았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벗으려 벗으려 해도 벗을 길 없는 천민들의 신분의 제약까지는.그쯤 사람 속을 꿰뚫어본다면 우리가 여러 날 배를 타고 온 것쯤 알아맞추긴 쉬운 일이 아니겠느냐.당신 말은 항상 나하고 반대요.눈앞에 보이면 먹는 것이고 없으면 아니 먹는 게지. 나야 그분처럼 도가 우람한 쪽이 아니니 어쩌오. 헛헛. 어쨌건 전조 고려 때엔 중이 거리에 나서면 임금도 길을 비켜주었다는데 지금은 중의 복색으론 시골 소 모는 아이들조차 길을 비켜주지 않소그려. 그러니 좁쌀 한 알 얻어먹긴들 쉽소? 더구나 이런 흉년에야.의원이 하루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느냐. 다음부턴 낱낱이 적도록 하거라. 특히 병자의 나이를 빠뜨린 건 처방지일 수 없다.허준이 말없이 다른 손에 감긴 명주수건으로 그 노마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아닌밤중에 갑자기 방문 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에 누구 못지않게 불심 깊은 손씨도 손자 겸이를 와락 끌어안으며,안내해온 백발의 선비가 거푸 소리쳤다.오히려 여기보다 자유롭고 편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일 테니 무언가 살 길이 있겠지요. 이도 저도 없으면 그 사람과 얼려 어부 노릇을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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