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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은 이리저리 쏠려다니다가 물컹한 것을 움켜잡았다. 몰아치는 덧글 0 | 조회 1,152 | 2021-06-01 18:14:21
최동민  
현일은 이리저리 쏠려다니다가 물컹한 것을 움켜잡았다. 몰아치는 파도 때문에 뜰 수 없는 눈을 겨우 떠서 자기가 움켜 쥔 것을 확인했다. 배에 매달아 놓은 구명조끼였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으며 상우를 소리쳐 불렀다. 그 바람에 바닷물이 벌려진 입속으로 한 움큼 밀려 들어왔다. 한쪽 팔을 겨우 구명조끼에 끼우고 중심을 잡으며 남은 한 팔을 조끼에 끼워넣는데 거센 물결이 그의 허리를 후려쳤다. 현일은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젊었을 때 나는 객기로 분신을 했소. 겨우 목숨만을 건졌지만 이렇게 흉한 모습이 되었소. 그런 내가 남에게 분신이나 투신을 하라고 명령을 내릴 것 같소?]정말 미란이 그 문서를 가지고 잠적했냐?가끔 신문이나 TV에서 연쇄 살인범의 기사를 읽게 된다. 수갑을 차고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범인들의 얼굴은 다소 초췌하고 부수수한 느낌일 뿐, 그저 보통 주위를 지나는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범인들이 털어놓는 범행동기라는 것도 하찮기 짝이 없었다.최근 들어서는 검을 잡는 것이 두려워졌다. 검이 본래 지닌 무게이상으로 무겁게 느껴지면서 휘두르는 칼끝이 날카롭지가 않았다. 기(氣)라고는 전혀 살리지 않은 단순한 휘두름에 불과했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마루에 앉아 지켜보던 미영이 한마디했다.[교활한 계집애 같으니, 미리 복사본을 숨겨놓았을지 누가 알았나! 그저 몸수색에만 신경을 썼지. 해외에서 폭로를 할 줄이야!][차라리 죽어. 죽어버려! 왜 날 괴롭히니? 그만큼 내 가슴에 상처를 주었으면 되었지, 왜 자꾸 날 괴롭히니?][네 놈이 좋아하는 하나님한테 보내주지. 이 , 보내버려.] 현일은 사내의 오른쪽 손 등에 동전 크기만한 검은 점이 있는 것을 기억하려 애쓰며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몽둥이가 온 몸에 와닿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 어디선가 맹렬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는 생각을 하며 현일은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이제 확실히 그녀의 음성이다. 공중전화인지 잡음이 심하다
[][사는 게 별 거야? 난 아이 낳고 기르는 게 좋아. 여자에게 그것 이상의 행복이 어디 있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난 큰 거 바라지 않아. 남편과 아이들과 오손도손 즐겁게 사는 게 행복이지 뭐.]김 형사와 현일은 좁다란 골목으로 이어진 산동네를 벌써 사십여 분 이상 걸어오르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막다른 길인가 하고 다가가면 다시 꺾어져 좁다란 골목을 이어지고 심지어 남의 집 마당으로 지나야 하는 길을 통과하여 계속 걸어 올랐다. 거의 대부분이 무허가일 것이 분명한 허름한 집들과 구멍가게들, 후줄근한 작업복차림에 대낮부터 술이 취해 가게집 좌판에 쓰러져 자는 중년사내와 남루한 옷차림으로 좁은 골목길에 뛰어노는 아이들과 한 번도 씻겨주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는 더러운 개들을 지나쳐 계속 위쪽으로 올라갔다.벌써 날은 허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며칠 밤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추워서 온 몸이 달달 떨렸다. 불켜진 준오의 방으로 들어갔다. 준오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입을 반쯤 벌린 채 잠들어 있는 준오의 모습은 흡사 바보같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기도 했다.[너, 혹시 어느 과부하고 신나게 놀다가 오는 거 아냐? 그곳에는 과부들이 많다던데.]언젠가 진숙이 그녀의 선배가 주관하는 무용발표회에 게스트로 참여했을 때, 현일에게 초대권을 몇 장 주었었다. 그때까지 무용발표회라는 것응 TV뉴스시간에 홍보를 위해 단막단막 보여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랑삼아 친한 친구 몇 명을 데리고 구경을 갔었다. 진숙을 본 친구녀석들이 몸매가 좋다고 키들거리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그녀의 젖가슴에 머무는 끈적끈적한 눈길들이며, 저희들끼리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싱글거리는 꼴은 정말 견딜 수 없었다.자신이 창살 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될 줄은 한 번도 생각해 못한 장혁기였다. 그런 모습의 자신을 그려 보는 것은 오직 영화를 통해서 였다. 공기를 한껏 들이킨 고무풍선같은 감상적인 허영과 낭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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