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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들은 일본인 소유의 동부철도를 따라 만주벌 덧글 0 | 조회 1,745 | 2021-04-10 12:39:51
서동연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들은 일본인 소유의 동부철도를 따라 만주벌판을 가로지르는 700마일의 여행을 시작했다. 예정대로라면 18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으나 도착하는 역마다 일본 병사들이 기차에 올라 이 잡듯이 수색을 벌이는 바람에 26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조우와 선양 등에서 예정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긴 했지만, 정오 경에는 하르삔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그들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아이들을 데리고 플랫폼에 서 있는 러시아 여인들과 눈속에 코를 처박고 뭔가를 찾고 있는 몇 마리의 개, 그리고 몇몇 만주인들이 모닥불 가에 모여 언 손을 녹이고 있는 모습이었다.찰스, 당신은 나를 데리고 가지 않으면 안 돼요!오드리 드리스콜이 식당으로 들어가는 동안 텅 빈 방안에서는 드레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밖에 들려 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식탁에 혼자 걸터앉은 그녀는 의자 옆에 달려 있는 루비와 비취로 장식된 벨을 눌렀다. 그녀는 항상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하곤 했지만, 그녀의 동생은 정갈한 아침상을 봐 오도록 하여 이층에서 아침을 먹었다.그 도시는 어느 한 부분도 환상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았고, 기차가 시르케끼 역으로 천천히 들어서자 오드리는 갑자기 물씬 풍겨 오는 동방의 분위기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어? 이 할애비의 집에 있는 하인들 때문에 이곳에서는 지내기가 편하다든지, 아니면 언니가 네 자식들을 너무나도 잘 돌봐 주기 때문이라든지, 뭐 그런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냐?아이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있어요.물론이죠. 바이올렛의 두 눈은 행복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난 그렇게 추잡한 술수를 이용하진 않았단 말이에요.어떻게 지냈어요. 바이올렛 부인?오드리는 되도록 빨리 계란을 풀고 빵을 구워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고, 치츠와 말린 살구를 찾아내어 아이들에게 먹였다. 아이들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푸짐한 식사였으며, 우유를 따라 주는 오드리의 모습을 모두들
운전기사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고, 틀림없이 그 약속을 지켜 주었다. 한 시간 후에 그녀는 다시 택시를 타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세인트 존 성당을 구경했다. 할렘을 지나는 동안에는 두 꼬마 아가씨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그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아나벨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베니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오드리의 머릿속엔 거기서 찰스와 함께 머물렀던 이틀 동안이 불현듯 떠오르고 있었다.그녀는 하얀 웨딩 드레스를 차려 입은 자신의 모습을 벽에 걸려 있는 거울에 비춰보고 있었다. 자신이 보아도 정말 정신을 홀딱 빼앗길 것만 같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언니의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무언가 공허한 울림이 있었다.바이올렛은 여간첩 마타하리처럼 제임스를 한번 살짝 흘겨보았다. 제임스는 프랑스제 향수 냄새를 풍기며 핑크빚 공단 실내복을 입고 침실로 들어가는 바이올렛을 지켜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로부터 2주일 후, 제임스는 샤롯트 비어드슬리와 함께 식사하는 찰스를 발견하고서 혹시 바이올렛의 추측이 맞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할아버지는 얘를 무척 애지중지하셨어요.자네에게 같이 일하는 동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당신의 여행 계획을 좀 들려 주시겠어요?그날 따라 할아버지는 평소와는 달리 여지껏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아나벨 역시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얼른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오드리가 옆에 붙어서 이것저것 챙겨 주지 않으면 언제나 꾸물거리며 동작이 느렸다.비록 엄청난 보수를 치뤄야 하긴 했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게 알렉산드리아까지 그들을 태워 주겠다는 보트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찰스는 혹시 롬멜이 그들에게 미행을 붙이지나 않았을까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설사 그랬다 치더라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뉴스를 취재하는 미국 기자가 이집트로 간다고 해서 그리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롬멜은 오드리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이렇게 멀리까지, 특히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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